05.10.2022 아침
아침에 눈을 떴을 때 요즘 잠이 부쩍 늘어 안 자려고 노력하다 보니 문득 불편했던 감정이 되살아나서 기분이 안 좋아졌다.
내가 학창 시절 때부터 보낸 해외생활은,
가족들에게 의지하기는커녕 가족들의 마음의 짐마저 안고 가야 했었고
괜찮다고 잘했다고 말해주며 인생의 방향을 잡아주는 이 하나 없이 오롯이 나 혼자 감당해야 했던,
그래서 행복할리 없었던 내가 지난 시간들을 버틸 수 있던 유일한 방법은 '망각'이다.
생각해봐야 어차피 답이 없기에 그냥 잊으며 버티는 것.
그렇게 버티다 보면 괜찮아진다.
하지만 한 번씩 아침이나 저녁에 문득 일부로 잊으려 노력했던 아픔들이 튀어나와 마음을 할퀼 때가 있다.
특히 마음을 기대야 할 가족이 컴플렉스라는 건 해결될 수 없는 일이다.
불편했던 감정과 마음을 해결하지 못하고 잊고 넘기는 건
말 그대로 해결이 안 되는 감정이라 미루는 것뿐인가 보다.
어제에 불편했던 감정을 잊고 넘겼는데 오늘 아침 생각이 나 불편해졌다.
가족과 관련된 일들은 이제 그냥 넘기기가 버겁다.
참아 볼까 생각했지만 싫은 건 싫은 것이기에 카톡을 보내버렸다.
내가 좋아하는 커피머신에서 뽑은 커피 한잔 먹고 마음을 추스르려고 했는데 맞다..
우리 집 커피머신 고장 났었지. 그냥저냥 에스프레소는 나왔는데 오늘은 아무것도 나오질 않는구나.
대신 내가 좋아하는 히비스커스 티를 마시며 마음을 추스르기로.
내가 좋아하는 컵,
내가 좋아하는 티맨, (나는 저 실리콘 티백을 티맨이라고 부른다)
내가 좋아하는 히비스커스 티
조금 기분이 나아졌다.
혼자서 수많은 시간을 견디며 내가 깨달은 건
내 마음은 내가 지켜줘야 하는 것. 싫은 건 싫은 것. 그리고 싫어해도 괜찮다는 것
될수록이면 좋아하는 것만 보고, 좋은 사람 하고만 있고, 좋은 것만 즐기는 것.
꼭 내 맘 같지는 않겠지만
싫은걸 싫어해도 된다는 것이 나에게 많은 위안을 준다.
(오늘은 괜히 일찍 눈떠서 일 시작 전 하고 싶었던 일도 못하고 기분만 안 좋아 일찍 일어난 보람이 하나도 없네 에잇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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